청람M&C
무료구독으로 함께해요.

성찰을 성찰해 보다

인간은 어떻게 배우고 성장하는가?

정구영
정구영 Nov 21, 2025

<이미지. Unsplash>

✍🏻 성찰을 성찰해 보다

일상 속 성찰은 무엇인가

성인 학습의 중심에는 경험이 있다. 그러나 모든 경험이 학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 교육철학의 창시자인 Dewey와 성인학습의 아버지로 불리는 Lindeman은 경험이 학습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성찰(Reflection)이 핵심적인 교량자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성찰은 단순히 '자신이 한 일을 깊이 되돌아보는 일'을 넘어, 기존 인지 구조를 바탕으로 새로운 경험을 평가하고 해석하여 새로운 이해를 끌어내는 발전적 학습의 동인이다.

일상 속에서 성찰은 언제, 어떻게 작동할까? 성인 학습자들의 성찰 경험을 심층적으로 분석하며, 성찰이 네 가지 층위로 발전해간다는 사실을 밝혀낸 선배박사인 최은미님의 연구를 들여다 보며 리더십 개발과 조직학습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성찰의 4가지 층위

1. 비자각적 성찰: 반응하는 삶의 패턴

성찰의 출발점은 역설적이게도 '성찰의 부재'를 인식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즉 매일 반복되는 크고 작은 문제해결의 과정 속에서 맡고 있는 역할의 의미 또는 일의 의미를 잃어버렸을 때 자신의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차리지 못하는 상태에서 깊이있는 성찰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할 필요도 없이 관성으로 ‘우리는 늘 이렇게 해왔다’는 기계식 반응의 상태에 놓이게 되면 우리는 새로운 변화를 위한 학습 기회를 거부하며, 전의식 상태에서 정보만을 습득할 뿐 깊이 있는 사고로 이어지지 않는 상태에 놓이게 된다. Javis는 이것을 무학습(nonlearnig)’ 또는 무성찰학습(nonreflective learning)의 단계라고 말했다.

2. 찰나의 성찰: 행위 중의 알아차림

성찰의 두 번째 층위는 '이탈 지점(disjuncture)'을 인식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일상의 균열, 즉 위기, 갈등, 의문이 생기는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다. 이는 일상생활에서 우연히 누군가와 나눈 대화, 영화나 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를 시청 하다가, 독서나 외부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자신이 인식하며 살고 있는 생활세계와의 차이점을 느끼고 그 간에 '경계'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경계를 인식하는 순간, 잠깐 멈춰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정(assumption)과 상황의 맥락에서 나타나는 감정반응을 살피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Schön이 제시한 '행위 중 성찰(Reflection-in-Action)'의 개념과 정확히 일치한다. 실천과 사고가 동시에 일어나는 가운데, 예상과 다른 결과에 직면할 때 잠시 멈칫하며 자신의 숙련을 짚어보는 것이다. 행위 중 성찰은 행위 속의 앎(knowing-in-action)이 작동하며, 과거 경험을 독특한 상황에 가져오는 즉시적 실험의 특징을 갖는다.

초기에는 상황이 지나간 후에야 '아, 그때 내가 그랬구나'라고 반추하는 '행위 후 성찰(Reflection-on-Action)'만 가능했다. 그러나 반복된 훈련을 통해 경계를 즉각 알아차리고 그 순간 적절하게 반응하는 능력이 발달한다. 이는 리더가 복잡하고 불확실한 상황에서 일상의 수행을 발전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역량이다.

3. 극한의 성찰: 의도적 성찰의 습관화

성찰의 세 번째 층위는 알아차림이 습관으로 자리 잡는 단계다. 번개같이 흘러가는 인식의 과정을 멈추고 행동의 경계에서 선택해 보는 반복 훈련이 중요하다. 이러한 훈련은 어떠한 상황이 오더라도 일단 멈추어서 온전함을 회복하고, 바른 판단을 행동으로 연결하는 구성주의적 패턴을 형성하는데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나태해지려는 순간마다 스스로를 챙겨 '이따 하느니 어차피 지금 하는 게 낫다'는 결론을 빠르게 떠올리고 즉시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성찰 훈련의 결과가 몸이 기억하는 습관으로 내면화 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이 단계에서 중요한 점은 성찰이 단순히 개인 내부에서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더욱 정교해 진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를 험담하는 것은 좋지 않은 행동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가 우연히 다른 사람의 험담이 오가는 자리에서 누군가 자연스럽게 화제를 전환하거나 호응하지 않는 동료를 눈 앞에서 본 적이 있는가? 혹은 스스로 가진 부정적인 습관을 극복하고 타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오프라윈프리 같은 인물의 삶에 감동을 얻어 자신의 태도나 행동을 돌아본 경험이 있는가?

이러한 사례는 성찰이 단지 개인의 내면에서만 일어나는 조용한 인식의 전환이 아니라, 타인의 행동을 관찰하고 그것을 자신의 삶으로 끌어와 실천해 보는 ‘관계적 학습’을 통해서 더욱 깊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성찰은 개인적 차원을 넘어 공동체 속 상호작용과 경험의 교류를 통해 한층 더 정교하게 발전한다.

4. 무한의 성찰: 체화와 공동체적 확장

성찰의 네 번째 층위는 성찰이 몸과 마음에 완전히 체화되어 의식적 노력 없이 자연스럽게 발현되는 단계다. Mezirow는 이와 같은 과정을 '전환학습(Transformative Learning)' 개념으로 설명한다. Mezirow는 전환학습이 개인의 준거틀(의미관점, 습관, 마음가짐)이 갈등 상황을 직면할 때 비판적 성찰을 통해 새로운 의미관점으로 재구성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성찰을 세 가지 형태로 구분했다. 첫째, 내용 반추(Content reflection)는 실제 경험 자체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고, 둘째, 과정 반추(Process reflection)는 경험을 처리했던 방식을 점검하는 것이다. 셋째로 가장 심층적인 전제 반추(Premise reflection)는 경험에 관해 오랫동안 갖고 있던 사회적으로 구성된 가정, 신념, 가치를 점검하는 것으로, 오직 이것만이 진정한 전환학습으로 연결될 수 있다.

이처럼 전제 반추를 통해 오래도록 견고하게 자리 잡고 있던 신념과 가정이 흔들릴 때, 개인은 비로소 자신이 무엇을 중심으로 살아왔는지를 다시 바라보게 된다.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가장 큰 변화는 관점의 중심축이 ‘나만을 위한 삶’에서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삶’으로 이동한다는 점이다. 전제 반추는 단순히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네”라는 깨달음에 머무르지 않는다. 타인의 경험과 감정을 더 깊이 이해하려는 태도, 관계 속에서 서로의 변화를 지지하려는 마음, 공동체 전체의 성장에 기여하려는 행동의 변화를 동반한다. 즉, 의미관점의 전환은 개인 내부에서 조용히 끝나는 변화가 아니라, 타인과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 전체를 새롭게 구성하는 과정이며, 그 결과 삶은 더 넓은 연대와 책임의 공간 속에서 지속적으로 재해석된다. 이 단계에 이르면 성찰은 더 이상 ‘나를 위한 기술’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만들어가는 근본적 힘으로 자라난다.

이처럼 전제 반추를 통해 오래도록 견고하게 자리 잡고 있던 신념과 가정이 흔들릴 때, 개인은 비로소 자신이 무엇을 중심으로 살아왔는지를 다시 바라보게 된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가장 큰 변화는 관점의 중심축이 ‘나만을 위한 삶’에서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삶’으로 이동한다는 점이다. 전제 반추는 단순히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네”라는 깨달음에 머무르지 않는다. 타인의 경험과 감정을 더 깊이 이해하려는 태도, 관계 속에서 서로의 변화를 지지하려는 마음, 공동체 전체의 성장에 기여하려는 행동의 변화를 동반한다. 즉, 의미관점의 전환은 개인 내부에서 조용히 끝나는 변화가 아니라, 타인과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 전체를 새롭게 구성하는 과정이며, 그 결과 삶은 더 넓은 연대와 책임의 공간 속에서 지속적으로 재해석된다. 이 단계에 이르면 성찰은 더 이상 ‘나를 위한 기술’이 아니라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만들어가는 근본적 힘으로 자라난다.

📌리더십 학습에 성찰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 이유

리더십 개발에서 성찰이 핵심이 되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리더는 복잡하고 불확실한 상황에서 기술적 전문성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끊임없이 마주한다. Schön이 지적했듯, 전문가들이 기술적 전문성에 매몰되어 불확실성을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을 때, 행위 중 성찰은 일상의 수행을 발전시키는 핵심 역량이 된다.

둘째, 리더십은 본질적으로 관계 속에서 발현된다. Jarvis의 상징적 상호작용론에 따르면, 개인은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유발된 경험에 성찰하고 다시 상호작용한다. 타인과의 상호작용에서 얻어지는 피드백에 대한 성찰을 통해 새로운 상호작용 방식에 적응하거나 새로이 '자기 이해'를 시도한다. 리더가 독립적으로 성찰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 관계를 통해 성찰의 깊이를 더해갈 때 진정한 리더십 개발이 일어난다.

셋째, 리더십 학습의 궁극적 목표는 단순히 지식이나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관점의 전환이다. Mezirow가 강조했듯, 전환학습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전제 반추, 즉 자신이 오랫동안 갖고 있던 가정과 신념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전환은 경험의 축적과 통찰을 통해 구성되어 가는 전인격적 발달의 과정이며(Kegan), 리더가 진정으로 성장하는 지점이다.

추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