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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리더인가, 인플루엔서인가?

평생학습의 관점에서 본 강사로서의 리더십

정구영
정구영 Nov 7, 2025

출처. Unsplash

당신은 리더인가, 인플루엔서인가

강단에 서는 순간, 당신은 리더가 된다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을 떠올려보자. 30명, 혹은 100명의 시선이 당신을 향한다. 그들은 당신의 말 한마디, 질문 하나에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걸었다. 당신이 던지는 개념 하나가 그들의 내일을 바꿀 수 있다. 당신이 촉발하는 질문 하나가 10년 경력자의 관점을 뒤흔들 수 있다.

이것이 리더십 아니고 무엇인가?

누군가의 생각에 영향을 주고, 어제의 자신을 뛰어넘도록 밀어붙이고, 새로운 가능성의 공간으로 이끄는 자. 그것이 리더라면, 강사는 분명 리더다.

하지만 모든 강사가 같은 리더는 아니다.

구독자 10만의 유혹

최근 한 기업교육 담당자가 이런 말을 했다.

"우리 임원들이 요즘 유튜브에서 경영 강의 많이 보시더라고요. 10분 만에 핵심만 딱딱 정리해주잖아요. 그런데 실제 교육장에 오면 왜 이렇게 지루해하시는지 모르겠어요."

온라인 콘텐츠의 세계는 매혹적이다. 화려한 편집, 명쾌한 정리, 즉각적인 피드백. '좋아요'라는 보상은 실시간으로 온다. 구독자 수는 영향력의 증거처럼 보인다. 댓글창에는 "정말 도움됐어요!" "이거 완전 꿀팁!"이라는 찬사가 넘친다.

그래서 많은 강사들이 묻는다. "저도 저렇게 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아니다.

온라인 콘텐츠와 교육 현장은 본질적으로 다른 행위다.

온라인 콘텐츠는 '정보의 최적화된 전달'이다.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어려운 것을 쉽게, 긴 것을 짧게. 시청자는 소비자다. 클릭 한 번으로 선택하고, 마음에 안 들면 10초 만에 떠난다. 콘텐츠는 그래서 '즉각적 만족'을 설계해야 한다. 핵심을 앞에 두고, 자극적인 썸네일로 시선을 잡고, 불필요한 고민은 최소화한다.

이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정보 전달의 효율성 면에서 온라인 콘텐츠는 분명 가치가 있다.

하지만 그것은 교육이 아니다.

교육은 '정보 전달'이 아니라 '존재의 변화'를 다루기 때문이다.

차라투스트라가 시장에서 만난 사람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는 흥미로운 장면이 나온다. 차라투스트라는 10년간 산속에서 홀로 지혜를 쌓은 후, 사람들에게 자신의 깨달음을 나누기 위해 시장으로 내려온다. 그는 사람들에게 "초인이 되라"고 외친다.

하지만 무슨 일이 일어났나?

사람들은 그를 비웃었다. 그들은 줄타기 곡예사가 떨어져 죽는 광경에는 열광했지만, 차라투스트라의 말에는 귀 기울이지 않았다.

차라투스트라는 그제야 깨닫는다. "나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었지만, 아무도 내 귀를 이해하지 못했다."

진짜 배움은 '정보를 받아먹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가치관이 흔들리고, 익숙한 세계가 낯설어지고, 불편한 질문 앞에 서는 것이다. 니체의 말처럼, 그것은 "자기 극복"이다. 어제의 나를 부수고, 새로운 나를 창조하는 고통스러운 작업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이후 제자들을 만나며 이렇게 말한다.

"나를 따르지 말라. 너 자신을 따르라. 나를 발견했거든 이제 나를 잃어버려라."

이것이 진짜 가르침이다. 스승은 제자를 자기 발로 걷게 만든다. 자기 질문을 품게 만든다. 자기 답을 찾게 만든다. 그리고 결국 스승을 넘어서게 만든다.

온라인 콘텐츠가 만드는 것은 '추종자'다.

교육이 만드는 것은 '자립하는 사유자'다.

이것이 본질적 차이다.

교육 현장은 왜 불편한가

실제 교육 현장으로 돌아와 보자.

당신이 리더십 강의를 준비한다고 가정해보자. 온라인 콘텐츠라면 "좋은 리더의 5가지 조건"을 깔끔하게 정리하면 된다. 15분 안에 핵심을 전달하고, 유명인 사례를 몇 개 덧붙인다. 시청자는 "아,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영상으로 넘어간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서 당신 앞에 앉은 과장은 다르다.

그는 15년 차 중간관리자다. 위로는 실적 압박이 오고, 아래로는 MZ세대 팀원들의 불만이 들린다. 그가 '좋은 리더의 5가지 조건'을 듣는 순간, 머릿속에는 수십 가지 "그런데 말이야..."가 떠오른다.

"그거 우리 회사에서는 안 통해요."

"이상적인 얘기는 알겠는데, 현실은 다르잖아요."

"솔직히 저도 그렇게 하고 싶은데, 임원들이 안 바뀌는데 제가 뭘 어떻게 하겠어요?"

이 불편함, 이 저항, 이 질문들. 바로 여기가 진짜 교육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온라인 콘텐츠는 이 불편함을 최소화한다. 반론의 여지를 주지 않고, 명쾌한 답을 주고, 기분 좋게 마무리한다. 시청자는 '배웠다'는 느낌을 받고 떠난다. 하지만 그의 월요일 아침은 전혀 달라지지 않는다.

교육 현장은 다르다.

당신은 그 과장의 저항을 마주해야 한다. "왜 안 통한다고 생각하세요? 우리 회사의 어떤 맥락이 이걸 어렵게 만들까요?" 질문을 더 깊이 던져야 한다. 그가 '이상'과 '현실'이라는 이분법으로 도망치지 못하게, 자기 경험을 직면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 과정은 불편하다. 시간도 오래 걸린다. '좋아요'도 즉각 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날 밤, 그 과장은 집에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내가... 내가 진짜 바꿔야 할 건..."

그리고 다음 주 월요일, 그는 팀원에게 조금 다른 질문을 던진다.

이것이 교육이다.

리더인가, 인플루엔서인가

인플루엔서는 영향력을 '숫자'로 측정한다. 조회수, 구독자, 좋아요. 그들의 콘텐츠는 많은 사람에게 '빠르게' 도달해야 한다. 그래서 내용은 날카로운 모서리를 깎고, 소화하기 쉬운 크기로 나눈다. 시청자는 만족감을 느끼지만, 본질적으로는 의존한다. "다음 영상도 기다릴게요!"

리더는 다르다.

리더는 영향력을 '변화'로 측정한다. 숫자는 적어도 괜찮다. 한 사람이라도 제대로 바뀌면 된다. 그래서 리더는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쉬운 답을 거부한다. 학습자를 편안한 곳에서 끌어내어, 스스로 생각하게 만든다.

차라투스트라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여러분이 나를 존경한다면, 언젠가 나를 부끄럽게 만들 것이다. 왜냐하면 여러분은 나를 의심하지 않고 따랐기 때문이다."

진짜 가르침은 '스승 넘어서기'다.

당신이 강사로서 성공했다면, 당신의 학습자는 더 이상 당신이 필요 없어진다. 그들은 자기 질문을 만들고, 자기 답을 찾고, 자기 길을 간다. 때로는 당신의 이론에 반박하고, 당신의 방법을 넘어서는 새로운 실천을 창조한다.

온라인 콘텐츠는 팔로워를 만든다.

교육은 동료를 만든다.

당신은 무엇을 원하는가

다음 강의를 준비할 때,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많은 사람이 내 콘텐츠를 소비하고, "유익했어요"라고 댓글을 남기길 원하는가?

아니면, 적은 수라도 누군가가 강의실을 나서며 "나 자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느끼길 원하는가?

"나는 무엇을 만들고 있는가?"

내 콘텐츠에 의존하는 구독자를 만들고 있는가?

아니면, 나를 넘어서는 사유자를 만들고 있는가?

온라인 콘텐츠의 기법을 배우는 것은 유용하다. 간결한 설명, 효과적인 시각자료, 몰입을 높이는 스토리텔링. 이 모든 것은 교육 현장에서도 분명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것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교육의 목적은 정보 전달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 존재의 변화다. 물론 특정 정보는 존재의 변화에 큰 영향을 주기도 한다. 안전, 영양, 건강, 생명과 관련된 정보가 그러하다. 하지만 작금의 AI시대에 정보의 부재로 삶에 변화를 만들수 없다는 말은 넌센스이다. 교육은 인간과 학습, 그리고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연결하도록 돕고, 인간 본연의 존재의미를 발견하도록 돕는 과정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학습자가 어제의 자기를 넘어서도록 돕는 것이다. 불편하더라도 자기만의 관습, 가정(assumtion)을 의심하게 만드는 것이다. 쉬운 답 대신 깊은 질문을 품고 살아가게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 교육이고, 그것이 리더십이다.

생각 전쟁을 마주하는 용기

차라투스트라는 말한다.

"창조하는 자가 되려는 자는 먼저 파괴자가 되어야 한다."

당신이 강사로서 진짜 리더라면, 학습자의 낡은 생각을 흔들어야 한다. 편안한 확신을 깨뜨려야 한다. 그리고 그 폐허 위에, 그들 스스로 새로운 의미를 짓도록 도와야 한다.

이 과정은 결코 편안하지 않다. 학습자도 불편하고, 당신도 불편하다. "왜 이렇게 어렵게 가르치세요?"라는 항의를 들을 수도 있다. 교육 만족도 점수가 떨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바로 이 불편함이 성장의 신호다.

300여 곳의 기업과 함께 일하며 확인한 것이 있다. 진정으로 성장하는 조직은 예외 없이 '불편한 질문'을 환영하는 리더를 가지고 있다는 것. 쉬운 답을 거부하고, 함께 고민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리더 말이다.

당신은 어떤 강사인가?

다음 강의 준비를 시작할 때, 이렇게 물어보자.

"이 내용이 얼마나 명쾌하게 정리되었는가?"가 아니라,

"이 내용이 학습자의 어떤 가정을 흔들 것인가?"를

"학습자가 편안하게 고개를 끄덕일 것인가?"가 아니라,

"학습자가 불편하게 자기 자신을 돌아볼 것인가?"를

구독자 10만을 목표로 하지 말자.

한 사람이라도 제대로 바꾸자.

당신은 인플루엔서가 아니다.

당신은 리더다.

답은 당신의 선택에 있다. 그리고 그 선택이야말로 진정한 교육적 리더십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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